Морган Райс - 명예의 눈물 стр 7.

Шрифт
Фон

명장은 단검을 더욱 세게 들이밀었고 우두머리의 목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우두머리는 울부짖기 시작했다.

“그 귀족은 어디 있는가?” 이성을 잃은 에레크 명장이 다그쳤다.

“그분의 궁전은 서쪽 마을에 있습니다. 도시의 서쪽 출입구를 지나 길이 끝날 때까지 쭉 따라가세요. 그럼 궁전이 보일 겁니다. 그러나 다 헛수고에요. 그분은 그 여자에게 엄청난 가격을 지불했습니다. 제가 부른 값보다 훨씬 비싼 값에 데려갔습니다.”

에레크 명장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우두머리의 목을 베어 그를 죽였다. 그러자 그의 몸이 의자 위로 축 늘어지며 사방으로 피가 분출했다.

명장은 죽은 우두머리를 바라본 뒤 다시 그의 두 심복들을 바라봤다. 이 곳이 역겨워 참을 수가 없었다. 이런 곳이 존재한다는 게 여전히 믿기지가 않았다.

에레크 명장은 방 안을 가로질러 여자들을 묶어둔 두꺼운 밧줄을 끊어버리고 잡혀온 여자들을 모두 풀어줬다. 사방에서 묶여있던 여자들이 재빨리 몸을 일으켜 문 밖으로 달려나갔다. 이내 방 안은 아수라장이 됐다. 모두가 서둘러 도망가기 위해 문을 향해 달려들었다. 몇몇 여자들은 약에 취해 움직이질 못했고 다른 여자들이 그들을 부축했다.

“당신이 누구시든.” 한 여자가 문 앞에 서서 에레크 명장에게 말을 건넸다. “신의 축복이 함께하길 빌겠습니다. 어디를 가시던지, 신의 가호가 함께할 것입니다.”

에레크 명장은 그녀의 기도에 큰 고마움을 느꼈다. 그녀의 말대로 명장은 앞으로 가야 할 곳에서 반드시 신의 가호가 함께 해야 한다는 생각을 지을 수가 없었다.

제 10장

새벽이 밝아왔다. 일레프라가 사는 오두막의 작은 창문 틈으로 들어온 새벽 빛이 그웬돌린 공주의 감은 두 눈을 비추며 공주를 잠에서 깨우고 있었다. 첫 번째 태양이 소리 없이 주황빛 빛을 뿜으며 공주를 어루만졌고, 고용한 새벽녘 공주의 잠을 쫓아냈다. 공주는 졸린 눈을 깜빡이며 잠에서 깨어났다. 자신이 잠든 곳이 어딘지 주변을 둘러봤고 그제서야 다시 걱정이 몰려왔다.

고드프리 오빠.

그웬 공주는 고드프리 왕자가 누워있는 침대 옆 바닥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었다. 일레프라는 고드프리 왕자의 바로 곁에서 그를 간호하다 깜빡 잠이 든 모양이었다. 세 사람은 아주 긴 밤을 보냈다. 밤새 고드프리 왕자는 신음을 토하며 몸을 이리저리 뒤척였고 일레프라는 그런 왕자의 곁에서 쉴새 없이 왕자를 간호했다. 공주 또한 고드프리 왕자의 곁을 지키며 뭐든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수건을 적셔 고드프리 왕자의 이마를 덮어줬고 수건이 뜨거워지면 다시 수건을 차갑게 갈아줬다. 또한 일레프라가 시키는 대로 약초와 연고를 계속해서 찾아다 줬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밤이었다. 고드프리 왕자는 몇 번이고 비명을 질렀고 금방이라도 죽을 것 같았다. 이따금씩 아버지를 불러대는 고드프리 왕자의 모습에 공주는 등골이 오싹했다. 마치 아버지께서 이곳에 함께 계시는 것 같았다. 세 사람의 곁을 아버지께서 함께 지켜주시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늘 긴장감이 팽배했던 관계 속에서 줄다리기를 버리던 두 사람이었기에 공주는 아버지가 고드프리 오빠의 죽음을 원하는 건지 아니면 그 반대인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공주가 이곳에서 잠을 청한 이유는 딱히 갈 곳이 없어서이기도 했다. 왕실로 돌아가기엔 신변에 위협을 느꼈다. 개리스 왕과 같은 공간에 있는 게 불안했다. 공주는 오히려 이곳이 안전했다. 일레프라의 곁에서 아코드와 펄톤이 보초를 서는 이곳이 공주에겐 더욱 안전했다. 아무도 공주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모를 거라 짐작했고 공주는 그 편이 마음이 놓였다. 더군다나 최근 들어 더욱 가까워지며 그 동안 알지 못했던 고드프리 왕자의 새로운 모습을 본 공주로서는 고드프리 왕자가 죽어간다는 사실에 마음이 놓이지가 않았다.

공주는 서둘러 몸을 일으켜 고드프리 왕자 곁에 다가갔다. 밤새 무사했는지 확인하려니 공주의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가 만약 어젯밤을 잘 넘겼으면 이제는 살아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어젯밤이 고비였다고 생각했다. 일레프라도 잠에서 깨 고드프리 왕자를 살폈다. 밤새 고드프리 왕자를 간호하다 잠이 든 그녀였다. 그웬 공주는 그녀의 노고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내리쬐는 아침 햇살을 받으며 환해진 오두막 안에서 두 사람은 고드프리 왕자 곁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공주는 고드프리 왕자의 손목을 잡고 살며시 흔들었고 일레프라는 손바닥으로 왕자의 이마를 짚었다. 일레스파는 두 눈을 감고 숨을 쉬었다. 그러던 순간 갑자기 고드프리 왕자가 감고 있던 두 눈을 크게 떴다. 일레프라는 깜짝 놀라 왕자를 짚고 있던 손바닥을 황급히 뗐다.

공주 또한 놀랐다. 고드프리 왕자가 이렇게 빨리 눈을 뜰 줄은 몰랐다. 왕자는 고개를 돌려 공주를 바라봤다.

“고드프리 오빠?” 공주가 말을 걸었다.

고드프리 왕자는 눈을 찌푸리다 다시 눈을 감았다. 그러나 이내 다시 눈을 크게 뜨더니 놀랍게도 양 팔로 침대를 짚고 몸을 일으켜 두 사람을 바라봤다.

“지금이 몇 시지?” 왕자가 다급히 물었다. “여기가 어디야?”

왕자의 목소리는 생기가 가득했다. 놀랍도록 건강해 보였다. 공주는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안도하며 일레프라와 함께 이제서야 활짝 웃었다.

그웬 공주는 몸을 앞으로 기울여 고드프리 왕자를 꼭 끌어안았다.

“오빠 살아있어요!” 공주가 감격했다.

“물론 살아있지.” 왕자가 대답했다. “내가 왜 안 살아있겠어? 이 사람은 누구야?” 왕자가 일레프라를 보며 말했다.

“오빠의 생명을 구해준 분이죠.” 그웬 공주가 대답했다.

“내 생명을 구했다고?”

일레프라는 시선을 바닥으로 향했다.

“저는 그저 작은 도움을 드렸을 뿐입니다.” 일레프라가 겸손하게 대답했다.

“나한테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고드프리 왕자가 놀란 눈으로 공주에게 물었다. “내가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건 술집에서 술을 마신 거고, 그리고…”

“음독을 하셨습니다.” 일레프라가 설명했다. “아주 진귀하고 강력한 독이었어요. 누군가 왕자님을 없애려고 한 게 분명합니다.”

공주는 일레프라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이내 공주의 머릿속에 독주를 마실뻔했던 아버지가 떠올랐다. 햇빛이 더욱 강렬하게 창문을 비췄다. 공주는 아버지께서 이곳에 함께 계시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아버지는 고드프리 왕자가 살아나길 바라셨던 게 분명했다.

“독을 제대로 마신 거죠.” 그웬 공주가 덧붙였다. “다시는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맹세했었잖아요. 오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보세요.”

고드프리 왕자가 멋쩍은 듯 고개를 돌려 공주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생생하게 살아난 고드프리 왕자를 본 공주는 다시 한번 크게 안도했다. 고드프리 왕자가 살아났다.

“네가 내 목숨을 구했어.” 고드프리 왕자가 공주에게 진심을 담아 말했다.

왕자는 다시 일레프라를 바라봤다.

“두 사람 모두.” 왕자가 말을 이었다.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모르겠어.”

일레프라를 바라보는 고드프리 왕자의 눈빛에서 그웬 공주는 무언가를 느낄 수 있었다. 고드프리 왕자의 표정이 평소와는 달랐다. 더욱 큰 감사의 마음이 깃들어 있었다. 공주는 고개를 돌려 일레프라의 얼굴을 살폈다. 그녀의 얼굴이 붉어져 있었고 시선은 바닥을 향해 있었다. 공주는 두 사람이 서로를 마음에 들어 한다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일레프라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가로질러 두 사람을 등진 채 약물을 챙겼다.

고드프리 왕자는 다시 그웬 공주에게 시선을 옮겼다.

“개리스?” 왕자가 엄숙하게 물었다.

고드프리 왕자가 무얼 궁금해하는지 잘 알고 있는 공주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오빤 천만다행으로 살아났어요.” 공주가 입을 열었다. “펄스는 죽었어요.”

“펄스?” 깜짝 놀란 고드프리 왕자의 언성이 높아졌나. “죽어? 어떻게?”

“교수대에서 참형 당했어요.” 공주가 대답했다. “그 다음은 오빠 차례였고요.”

“그럼 넌?” 고드프리 왕자가 물었다.

공주는 어깨를 으쓱했다.

“개리스 왕은 저를 먼 곳으로 혼인시킬 계획이에요. 절 네바런스 족에 팔았어요. 아마도 지금 네바런스 족들이 절 데리러 이곳으로 오고 있을 거에요.”

고드프리 왕자는 화를 참지 못하고 몸을 일으켰다.

“내가 절대 두고만 보고 있진 않을 거야.” 왕자가 소리쳤다.

“저도 마찬가지에요.” 공주가 동조했다. “방법을 찾아야죠.”

“그렇지만 펄스가 없으면 증거를 댈 수가 없어.” 왕자가 말을 이었다. “개리스를 끌어내릴 방법이 없어. 개리스는 이제 증거가 없으니 죄값을 치르지 않게 될 거야.”

“우리가 방법을 찾아야 해요.” 공주가 대답했다. “우리는 방법을 찾을—”

순간 오두만 문이 열리며 햇빛이 오두막 안을 훤히 비췄고 열린 문으로 아코드와 펄톤이 들어왔다.

“공주님—” 아코드가 공주에게 말을 걸다 말고 고개를 돌려 고드프리 왕자를 바라봤다.

“이 나쁜 자식!” 아코드가 기쁨의 눈물을 흘리며 고드프리 왕자를 바라봤다. “이럴 줄 알았어! 죽을 것처럼 날 속였던 거야, 죽을 것처럼 절 속인 거였죠!”

“전 그저 술 한잔으로 왕자님이 골로 가진 않을 거라 믿었어요!” 펄톤도 기쁜 듯 농담을 뱉었다.

아코드와 펄톤은 왕자에게 달려가 펄쩍 뛰어올라 왕자를 끌어안았다.

그러나 아코드는 이내 심각한 표정으로 그웬 공주에게 말을 이었다.

“공주님, 갑자기 들어와서 죄송합니다. 그렇지만 저 멀리서 다가오는 병사들을 목격했습니다. 지금도 그 병사들이 이곳을 향해 말을 타고 달려오고 있습니다.”

그웬 공주는 심각한 모습으로 밖으로 달려나갔다. 다른 사람들도 공주를 쫓아 나와 언덕 위에서 내리쬐는 태양에 손으로 눈을 가리며 저 멀리 내다봤다.

공주는 저 멀리에서 실버 전사들 몇 명이 오두막을 향해 오는 모습을 바라봤다. 여섯 명의 전사들이 전속력으로 말을 달렸고 누가 봐도 오두막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고드프리 왕자가 서둘러 검을 빼기 위해 손을 뻗자 공주가 그의 팔을 막으며 안심시켰다.

“개리스 왕이 보낸 병사들이 아니에요. 캔드릭 오빠의 병사들이에요. 분명 우릴 위협하지 않을 거에요.”

병사들이 그들 앞에 모습을 보였고 달려온 병사들은 지체 없이 말에서 내려 그웬돌린 공주 앞에 무릎을 꿇고 예를 갖췄다.

“공주님.” 대표로 보이는 병사가 입을 열었다. “희소식을 가지고 왔습니다. 저희 군대가 맥클라우드 군대를 몰아냈습니다! 공주님의 오빠, 캔드릭 왕자님은 안전합니다. 왕자님께서 공주님께 다음 소식을 전하라고 하셨습니다. 토르는 안전하다.”

그웬 공주는 병사의 말에 눈물을 흘렸다. 감사함과 안도감에 휩싸인 공주는 벅찬 마음으로 고드프리 왕자를 끌어안았다. 왕자도 눈물을 흘리는 공주를 다독여줬다. 공주는 이제서야 자신의 삶을 되찾은 것 같은 기분이었다.

“군대는 모두 오늘 돌아옵니다.” 병사가 말을 이었다. “왕실에서 거대한 축하행사가 열릴 예정입니다!”

“공주님.” 깊은 목소리의 전사가 공주에게 말을 걸었다. 돌아보니 귀족이자 명망 높은 전사, 스로그였다. 그는 다른 병사들과 달리 맥길 왕국의 서부 지역을 상징하는 붉은 갑옷을 입고 있었다. 공주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그를 알고 있었다. 스로그는 아버지와 사이가 각별했던 귀족이었다. 그는 공주 앞에 무릎을 꿇고 예를 갖췄고 그런 그의 모습에 공주는 어쩔 줄 몰랐다.

“이러지 마세요, 주군.” 공주가 그를 만류했다. “제게 예를 갖추실 필요는 없습니다.”

스로그는 수천 명의 군사들을 통솔하는 명망 높고 힘있는 인물이었다. 또한 그는 서부 지역에 위치한 도시, 실레시아를 통치하는 귀족이었다. 실레시아는 서부 지역의 독특한 도시로써 캐니언 협곡 바로 밑으로 자리잡은 도시였다. 실레시아는 그 어느 군대로도 뚫을 수 없는 도시였다. 그런 도시를 책임지는 스로그는 선대 맥길 왕이 생전에 크게 신뢰했던 귀족이었다.

“저는 이 병사들과 함께 이 곳에 달려왔습니다. 왕실에 커다란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는 소식을 접했기 때문입니다.” 스로그는 이미 모든 사실을 접한 듯 공주에게 설명했다. “왕좌가 불안정합니다. 새로운 지도자, 단단하고 진실된 지도자가 왕좌에 앉아야 합니다. 선대 폐하께서 생전에 공주님을 후계자로 삼으셨다는 얘기가 제게도 전해졌습니다. 선대 폐하께서는 제게 혈육과도 같은 분이셨습니다. 그리고 선대 폐하의 뜻은 제게 절대적인 힘을 가집니다. 저는 공주님께 이 사실을 알리기 위해 온 것입니다. 공주님께서 왕국을 통치하시면, 저와 저의 병사들은 공주님께 충성을 바칠 것입니다. 공주님께서 하루속히 결단을 내려주시기 바랍니다. 지금의 사태가 바로 왕국에 새로운 지도자가 필요하다는 걸 반증하고 있습니다.”

그웬 공주는 황당함에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그저 우두커니 서 있었다. 공주는 스로그 귀족이 고마웠다. 그리고 그의 행동 덕에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러나 왕위 계승이란 말에는 부담감이 밀려왔다.

“진심으로 그 마음이 감사합니다, 주군” 공주가 대답했다. “주군의 충정과 제안이 황송할 따름입니다. 심사 숙고해 보겠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승리를 거두고 돌아온 병사들과 토르를 환영하는데 집중하고 싶습니다.”

스로그는 고개를 숙여 예를 갖췄다. 때마침 저 멀리서 경적 소리가 울렸다. 고개를 들어 내다보니 벌써 눈 앞에 흙먼지가 일어나고 있었고 그 사이로 군대의 행렬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공주는 한 손을 들어 강하게 내리쬐는 햇빛을 피해 눈을 가렸다. 이렇게 먼 곳에서도 군대의 주인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군대의 행렬의 중심에 선 인물은 다름아닌 토르였다.

제 11장

토르는 승리의 기쁨을 누리며 왕실로 향하는 수천 명의 병사들과 함께 말을 타고 달렸다. 여전히 한 편으로는 어안이 벙벙했다. 토르는 전쟁 속 자신의 모습에 스스로 뿌듯했다. 패전의 위기 앞에서도 두려움에 사로잡히지 않고 적군들을 마주한 자신이 대견했다. 또한 그런 전쟁 속에서 살아남았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전쟁이 모두 꿈처럼 지나간 것 같았다. 그 와중에 자신의 힘을 불러낼 수 있었던 게 참으로 다행이었다. 그럼에도 토르는 조금 혼란스러웠다. 자신의 힘이 때때로 소용 없을 때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알 수 없는 힘이었다. 더군다나 그 힘이 어디서 소환되는지도 알 수 없었고 어떻게 발산해내는지도 의문일 뿐이었다. 그런 연유에서 최고의 전사가 되기 위해서는 그런 알 수 없는 힘에 의지하기 보단 다른 전사들처럼 끊임없을 훈련을 거듭해야 되겠다고 다짐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도 진정 최고의 전사가 되기 위해서는 자신이 전사로서, 또 마법사로서 발휘하는 두 가지 힘이 모두 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군대는 하루 종일 말을 타고 왕실로 달렸다. 토르는 기쁨에 취해 날아갈 것 같으면서도 지칠 대로 지쳐있었다. 첫 번째 태양이 하늘 위로 떠올랐고 넓은 창공이 노란 빛과 분홍 빛을 발하며 끝도 없이 펼쳐졌다. 마치 처음으로 세상을 접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 생생하게 살아있는 기분은 처음이었다. 토르 주변으로는 리스 왕자, 오코너, 엘덴, 쌍둥이들이 말을 타고 달리고 있었다. 그 옆으로 캔드릭 왕자와 콜크 사령관 그리고 브롬 총사령관이 수백 명의 부대원들, 실버 전사들, 왕의 병사들을 이끌며 함께 달렸다. 토르는 군대의 가장자리가 아닌, 주요 사령관들 한가운데에서 말을 타고 달렸다. 전쟁 이후 모두가 토르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봤다. 이제는 부대원들뿐만이 아니라 노련한 전사들까지도 토르를 인정하는 눈빛으로 바라봤다. 토르는 맥클라우드의 모든 병사들을 홀로 맞서 상대했고 패전의 위기에서 승전 보를 울렸다.

토르는 부대원 친구들이 모두 살아있다는 사실에 크게 기뻤다. 친구들이 큰 부상을 입지 않았다는 사실이 기뻤다. 그러나 그 기쁨이 큰 만큼 함께했던 세 명의 안면이 없던 부대원들의 죽음에 대한 상심도 클 수밖에 없었다. 그들과 친분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그들을 구하지 못한 데 죄책감을 느꼈다. 온통 피로 범벅 됐던 맹렬한 전투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눈을 깜빡일 때마다 자신에게 달려들던 적군들의 모습과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갖가지 무기들이 떠올랐다. 맥클라우드 병사들은 잔인했고 그들을 대면하고도 목숨을 건졌다는 사실이 행운이었다. 또다시 그들을 대면하게 되면 토르에게 어제와 같은 행운이 따를지는 의문이었다. 언제 다시 자신에게 내제된 알 수 없는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알 길이 없었다. 다시 그런 힘이 발휘 될지도 확신할 수가 없었다. 토르는 답이 필요했다. 또한 자신의 어머니도 찾아야 했다. 자신이 진정 누구인지를 밝혀야 했다. 그러기 위해선 아르곤을 만나야 했다.

크론이 토르 곁에서 울부짖었다. 토르는 허리를 숙여 크론의 머리를 쓰다듬었고 크론은 그에 대한 대답을 하듯 토르의 손을 핥았다. 다행히 크론이 전쟁에서 목숨을 건져 토르는 크게 안도했다. 토르는 전쟁이 끝난 뒤 크론을 안아 자신의 말 뒤에 실었다. 크론은 걸을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토르는 크론의 몸을 쉬게 하고 오랜 여정의 피로를 풀게 하고 싶었다. 크론은 적군에 공격에 큰 타격을 받았다. 토르가 보기에 크론의 갈비뼈가 부서진 것 같았다. 토르는 크론에게 이루 말할 수 없이 감사했다. 크론은 토르에게 동물이라기 보다는 형제 같았다. 자신을 몇 번이고 구해준 크론이 너무나도 감사한 존재였다.

눈 앞에 펼쳐진 길을 따라 언덕의 정상을 넘으니 발 밑으로 영광에 빛나는 왕실의 모습이 펼쳐졌다. 수십 개의 탑과 첨탑이 우뚝 솟아 있고, 고대의 석조 벽과 교각이 위풍당당한 모습을 드러낸, 아치형의 출입구가 곳곳마다 입구를 지키고 옥상과 길목마다 수백 명의 근위대가 보초를 서고 있는, 엄청난 규모의 농지가 늘어서있고 그 모든 중심부로 왕실이 위치한 장대한 경관이 펼쳐졌다. 그 모습에 토르는 즉각적으로 그웬 공주를 떠올렸다. 공주야말로 토르가 전쟁을 버틸 수 있는 원천이었고 자신의 삶의 이유였다. 자신이 함정에 빠져 적군들에게 매복 당했을 때 토르는 공주의 운명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공주가 왕실에서 안전하길 바랬다. 자신이 겪는 이 모든 배반적인 기운이 공주에게까지 손길을 뻗지 않기만을 바랬다.

Ваша оценка очень важна

0
Шрифт
Фон

Помогите Вашим друзьям узнать о библиотеке

Скачать книгу

Если нет возможности читать онлайн, скачайте книгу файлом для электронной книжки и читайте офлайн.

fb2.zip txt txt.zip rtf.zip a4.pdf a6.pdf mobi.prc epub ios.epub fb3

Популярные книги автора